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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잘 먹는 법은 따로 있다

설명서 펼치고 육하원칙 들이대 내가 먹는 약 파악하기

사람마다 약에 대한 생각은 천차만별이다. 약이라면 아예 먹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약은 적게 먹어야 좋다고 생각해 몸이 좀 나아지면 임의로 약을 중단하는 사람, 다양한 약과 건강보조식품을 매일 하루 10알 이상 한꺼번에 삼키는 사람, 약이라면 무조건 먹고 보는 사람까지 약에 대한 태도는 다양하다.

또한 먹다 남은 약을 비슷한 증세라고 다시 먹는 사람도 있고, 약을 가족이나 친구끼리 나눠먹는 경우도 흔하다. 알약이 싫어 어떤 약이든 가루로 빻아 먹고, 밥을 먹지 않았다고 약도 함께 거르는 사람, 약을 걸렀다고 다음번에 2회분을 한꺼번에 먹는 사람도 있다. 모두 바람직하지 않은 복용법이다. 약을 무조건 멀리하면 심각한 병을 키울 위험이 있다. 약을 너무 많이 먹으면 몸속에서 원치 않은 부작용이 생긴다. 약은 잘 먹는 방법이 따로 있다.

▪ 무엇을

평소 먹는 약의 정체를 알아라! 약을 잘 먹기 위해서는 우선 평소 자신의 ‘약 생활’을 잘 알아둬야 한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지금 먹고 있는 약은 없느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 이때 자신이 먹고 있는 약의 종류를 알아야 제대로 된 약 처방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같은 약을 처방받아 중복된 약을 먹게 되거나 몸속에서 서로 영향을 끼치는 약을 받게 될 위험이 있다. 일반의약품을 약국에서 살 때도 마찬가지다. 일반의약품이란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약이다. 약사에게 알리기 위해서라도 내가 먹고 있는 약이 무엇인지 알아둬야 한다.

내가 먹고 있는 약을 알아둘 방법이 있다. 진료를 받거나 약국에서 약을 받을 때 약에 대해 꼼꼼히 물어보는 것이다. 약을 처음 받을 때 약 이름이 무엇인지 묻고, 먹어야 할 양과, 약의 효과와 부작용, 다른 음식이나 약과 같이 먹어도 될지 묻는다. 그 뒤 같은 증세로 병원을 계속 찾아야 한다면 이전에 받은 약과 달라진 약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내가 먹고 있는 약에 대해 알아야 병을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얼마나

정확하게 재라! 내가 먹는 약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이제 정한 시간에 정한 용량을 복용해야 한다. 감기약이나 근육통 약처럼 단기간에 먹는 조제약은 한 회당 먹을 양이 한 봉지에 담아져 나온다. 봉지에 함께 담을 수 없는 일부 항생제는 제약회사에서 출시된 포장 형태 그대로 나올 때가 있다. 또한 시럽제와 몸에 붙이는 패치제, 바르는 연고제가 함께 처방될 수도 있다. 처방된 다양한 약을 귀찮다고 안 먹는 경우도 있는데, 지시된 대로 약을 빠짐없이 정확한 용량을 사용해야 예상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장기간 먹어야 할 조제약은 오래 보관해두어야 하기 때문에 보관법을 알아둬야 한다. 다른 약을 함께 먹을 때는 어떤 순서로 먹어야 할지 확인하고 복용법을 지킨다.

▪ 언제쯤

식후 30분만 능사가 아니다! 약 복용 시간을 지켜야 약효를 볼 수 있다. 약은 대개 식후 30분에 먹는다고 생각하는데, 위장에 자극을 주는 약에 한해 그렇다. 식전이나 공복에 먹는 약도 있다. 일정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하는 약도 있다. 식후 30분은 처방약 중 흔한 감기약이나 근육통약, 각종 염증약일 때의 복용 시각이다. 감기약이나 염증 치료약에는 위장을 자극하는 소염 진통제가 들어 있다. 감기약, 근육통약, 비타민제 등은 식후 30분에 먹어야 위장장애가 적다.

약을 식사와 연관지어 먹는 이유는 식사를 기준으로 하면 약 복용을 잘 잊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약은 몸속에서 다른 음식과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음식이나 음료와 약이 상호작용하면 약효가 달라질 수 있다. 음식과 상호작용이 큰 약은 식사 전에 먹거나 공복에 먹어야 한다. 사실 약은 공복에 물과 함께 먹는 것이 가장 좋다. 다른 음식과 음료, 다른 약과 함께 먹을 대 크든 작든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장장애와 같은 부작용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감기약을 식후 30분에 먹는 것은 식후 30분에는 어느 정도 음식이 소화된 상태이면서도 위장에 약간의 음식물이 남아 위장장애는 줄이면서도 음식과의 상호작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위장장애가 큰 약은 식사 직후에 먹어야 한다. 구토감을 주거나 속을 더부룩하게 만드는 철분제, 기름기 있는 음식으로 흡수가 커지는 무좀약은 식사 직후에 먹어야 한다.

혈압약이나 당뇨약은 하루 한 번 먹는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 많은데, 다른 음식물과 상호작용해 흡수와 효과가 떨어지므로 식전에 먹는다. 꼭 아침일 필요는 없지만 점심이나 저녁에 먹는다면 대부분 약 먹는 것을 잊어버리기 쉬워 잠에서 깬 뒤 활동이 시작되는 아침 식전으로 정하고 있다.

위장약은 복용 시간이 식사와 직결된다. 위를 통해 내려가는 다른 약과는 달리 위에 직접 작용해 식사와 관련이 크다. 제산제는 위액을 중화시키기 위해 위에 직접 작용하는 약이므로 위산이 가장 많이 나오는 식후 1~2시간, 혹은 공복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소호관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 유산균 제제나 과립제도 공복에 복용한다. 위점막 보호제는 식전에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음식물과 음식물에 따른 위산이 위벽을 자극할 수 있음을 감안해 식전에 점막을 보호해둬야 약효가 발휘되기 때문이다. 위장관운동조절제도 식전 30분에 복용하면 음식물을 섭취했을 때 위장관운동이 활발해진다. 진토제, 과민성대장증후군 약도 식전 30분에 먹는다. 소화제는 식후 30분에 먹으면 된다. 위산분비억제제는 음식이 위에 찼을 때 가장 위산 분비가 많아지므로 식후에 먹으면 효과가 크다.

식사에 크게 영향을 받는 또 다른 약은 골다공증약이다. 음식물과 상호작용해 약 흡수가 낮아져 효과가 떨어지므로 아침 식전 30분에 먹어야 한다.

식사와 상관없이 복용 시간이 정해지는 약도 있다. 스테로이드 호르몬제는 염증에 사용되는데, 몸에서 호르몬이 잘 분비가 되지 않을 때 사용한다. 보통 건강한 사람에게는 아침 7~9시에 부신피질 호르몬 수치가 최대가 되는데, 부족한 사람에게는 이 시간에 약을 투여하면 생체리듬을 깨드리지 않아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은 대개 저녁에 복용하는데, 콜레스테롤이 저녁 때 몸에서 가장 활발하게 합성되기 때문이다. 전립선 약은 일어섰을 때 갑자기 어지럽게 되는 기립성 저혈압이 일어날 수 있어 활동을 시작하는 아침이나 낮 시간보다는 자기 전에 복용하면 부작용이 적어진다. 콧물감기약이나 알레르기약은 졸음을 유발하는 항히스타민제를 함유하고 있어 운전을 하거나 기계 관련 일을 한다면 활동하는 시간보다는 자기 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일정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하는 약도 있다. 몸속에서 약물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돼야 치료 효과가 있는 약이다.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항원충제, 항아메바제, 항암제 등이 있다. 8시간, 10시간 간격 등 정해진 대로 약을 잊지 않고 먹어야 한다.